[#003] 노르망디, 전쟁의 흔적들을 따라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1944년 6월 6일은 깊은 절망이 가득하고, 차가운 느낌이었다.

아픔이 가득했던 그 시간들은 시간이 흘러 73주년을 맞이했고, 우리는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 2018년 6월 6일, 노르망디로 향했다.

노르망디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기 시작한 것은 도로 위엔 복원된 군용차들이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였다. 그 안에는 당시의 군복을 차려 입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고, 그런 모습은 묘한 설렘과 기대감을 주었다.



우리가 처음 도착하게 된 곳은 셍뜨-마히-듀-몽(Sainte-Marie-du-Mont)이다.

이곳은 1944년 디데이 당시 101 공수부대가 첫 전투를 끝내고 머물렀던 마을인데, 군인들이 예배를 드렸던 교회도 그대로 남아있었고, 실제 전쟁 당시 사용했던 무기나 물건들을 파는 밀리터리 샵도 있었다. 또 도로에서 본 것같이 군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PX까지 만들어 음식을 파는 등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준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을을 지나 20분쯤 달려 도착한 유타 비치(Utah Beach) 앞에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 박물관’ 건물이 보였다. 우린 이곳에 먼저 들어가보기로 했는데, 성인 1인당 8유로의 입장료를 받고 있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에 입장하고 있었다. 이곳에 입장하게 되면 독일군에 관련된 기록들부터 연합군들의 기록과 그들이 사용했던 무기, 수송기, 군복 등 다양한 자료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 또 영상 자료와 더불어 실제 장소처럼 꾸며놓은 공간들을 통해 그동안 공부해오던 것들을 살갗으로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다.



박물관에서 유익한 시간을 보낸 뒤, 우린 유타 비치로 향했다. 마침 날씨가 매우 흐렸던 탓에 해변가의 분위기는 더욱 쓸쓸하게 느껴졌는데, 계속해서 밀려들어오는 파도와 황량한 바다를 바라보며 상륙 당시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어쩌면 노르망디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기다려온 순간이었으며, 여행 중 가장 쓸쓸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다음날, 우린 상륙작전 당시 연합군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오마하 비치(Omaha Beach)에 가기로 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나오는 초반 전투씬이 실제로 일어났던 곳인데, 전쟁영화에서 손꼽히는 명장면으로 불리는 만큼 인상깊게 봤던 터라 정말 궁금한 곳이었다.

그렇게 오마하 비치로 가는 길에 우연히 또 한곳의 역사적인 장소를 만났다. 이곳은 포인트 듀 혹(Pointe du hoc)이라는 곳인데, 상륙작전 당시 작전명으로 쓰인 명칭이며, 이곳에서 벌어진 전투는 오마하 비치에서 일어난 전투만큼이나 많은 사상자를 냈던 곳이라고 한다.


차를 주차하고 들어서면 입구부터 심상치 않은 깊고 넓은 구멍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구멍들을 피해 길이 만들어져 있고, 길을 따라 쭉 들어가면 더 많은 흔적들을 볼 수 있는데, 전쟁 당시 포격을 맞아 움푹 패인 자국이었다. 잘못 떨어지면 다칠 수도 있는 깊이를 가진 흔적들을 보고 있자니, 이 당시 이곳에 머물렀던 독일군들은 얼마나 공포스러웠을지 조금은 예상해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연합군들이 치열하게 올라왔다는 절벽을 눈앞에서 봤고, 왜 이곳에서 많은 사상자가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역사적인 사실들을 제대로 느끼고 알기 위해 떠났던 이번 여행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뜻 깊은 시간을 보낸 뒤, 우리는 마지막 목적지인 오마하 비치에 도착했다. 오마하 비치는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마을과 가까이 붙어있었고, 유타 비치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밤 11시가 넘어가며 오마하 비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해변가에서 D-DAY를 기념하는 불꽃놀이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밴 위에 올라가 불꽃놀이를 감상하며 노르망디에서의 마지막 밤을 강렬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역사적인 해변가를 눈 앞에 두고 잘 수 있었던 이번 여행은 나에게 정말 특별한 여행으로 기억될 것 같다. 노르망디를 지나 만나게 될 앞으로의 여정들은 어떻게 펼쳐질까? 여행과 일상이 한데 뭉쳐져 행복하기도, 혼란스럽기도 한 이 생활은 나를 더 큰 세상으로 던져주는 것 같다.

이제 우리는 프랑스의 도심을 향해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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